취업

[회사 생활]월요병 없는 주말

Huiren825 2021. 7. 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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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유니콘은 있었다

  나는 엄청나게 심각한 월요병 중환자였다. 대학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많이 해봤지만 그 어느 기업도 월요병이 없이 출근할 수 있는 기업은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는 동료들, 내 친구들도 월요병을 심각하게 앓고 있어서 월요병을 앓지 않는 직장인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심각한 월요병을 앓으면서 앞으로 계속 회사 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정말 앞이 깜깜하고 괴로웠다. 

 

  월요병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일요일 오후 두 시부터 내일 출근을 할 생각에 우울해진다. 우울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커리어 자체에 회의감과 의구심이 든다.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닌데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이며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영상을 봐도 웃을 수가 없다. 이 고통은 글로 미처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롭다. 특히 나는 퇴근 후든 주말이든 관계없이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던 상사가 있던 회사에 다녀서 더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퇴근 후 회사에 대한 스위치를 과감하게 끌 줄 알아야 하는데 끄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질질 끌면서 앓고만 있었다. 내가 유독 월요병이 심하긴 했지만 내 주위 사람들도 모두 그랬기 때문에 월요병이 없는 직장인은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일해왔다. 

 

예전과 다른 주말

나는 원래 주말에 굉장히 늦게 잔다. 잠을 자면 주말이 금방 가버리기 때문에 피곤하더라도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주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첫 주였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금요일에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토요일 아침 여덟 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났다. 주말에는 11시까지 늦잠을 자곤 했었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도 피곤하지가 않고 몸이 뭔가 가뿐했다. 일어나자마자 허기 가져서 밥을 챙겨 먹었다. 부모님이랑 살아도 아침 먹는 건 귀찮아서 굳이 챙겨 먹지 않았는데 웬일로 주말에 아침을 챙겨 먹었다.  

 

정말 놀랍게도 주말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아침밥을 챙겨 먹고 머리를 감고, 마트에 가서 일주일치 식량을 산 다음 점심밥을 손수 지어먹었다. 혼자 살아서 더 부지런해진 건지는 몰라도 이전의 주말과 달랐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그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주말이 굉장히 길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이전의 나는 주말은 말 그대로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에서의 첫 주말은 계획했던 것들도 다하고 굉장히 부지런하게 보냈지만 짧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대망의 일요일 저녁

나는 원래 일요일 저녁에는 맛있는 것을 먹는다. 그렇게라도 해야 우울한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일요일도 아이스크림을 사놓고 냉장고에 넣어 뒀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이번 일요일 저녁은 그렇게까지 우울하지 않았다. 기분이 엄청 좋지는 않았지만 그냥저냥 괜찮았으며 아이스크림도 맛있게 먹었다. 원래 일요일 저녁에는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일요일은 처음이었다. 물론 한 달 뒤쯤에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이만한 것으로도 나는 굉장히 놀라웠다. 

 

 그리고 대망의 월요일 아침,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는데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출근 하루 전날이었던 일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월요일 아침에는 우울했다. 일단 아침에 억지로 잠을 깨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만족한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정도의 우울함만 있어도 충분히 회사 생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입사 초기라서 우울감이 이 정도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괜찮다. 입사하기 하루 전 일요일보다는 훨씬 덜 우울하게 보냈다. 그러니까, 월요병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한 번도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유니콘을 만난 기분이다. 나에게 맞는 회사가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못한 내가 문제라고 생가했는데 그게 아니라 단지 맞는 회사를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결론은 어딘가는 맞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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